2. Witch

수수한 옷차림. 어두운 색 계열의 정장.
여자의 검은색의 모자는 망자를 위한 상복이었다.





 있는 자 마음껏 아름다우라 
- 이혜미, 반려식물이 눈 뜨는 저녁





정의正義를 찾아? ”
.
"내가 최고가 아닐 리가 없잖아?"


.


Ayla Ryu
Ayla :: 달무리(Halo of light around the moon)
어쩐지 제 동생이 생각나는 그 이름은 여전히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Profile

Ayla Ryu | 류소영 | 柳宵影
*
25세
*
여성
*
172cm / 55kg
*
법학과 대학생, 독일어 강사





#Appearance

카롭고, 차갑고, 단단해 보여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여자였다. 여자는 항상 입을 굳게 다물곤, 칠흑 같은 눈동자로 사람들의 동선을 목석처럼 살펴보곤 했기에.

선이 얇은 체형으로, 근육보단 뼈가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몸에 굴곡이 적다. 하지만 키가 크고, 골격이 얇은 편으로, 모델체형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특히 손가락이 길고 얇은 데다 흉 하나 없기에 손이 아름답다는 소리를 자주 들은 편.
보랏빛이 감도는 흑발 직모의, 어깨 언저리까지 자라있는 중단발. 머릿결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닌지, 고데기로 서투르게 펴내린 모양에도, 삐죽빼죽한 잔머리가 삐져나와있다. 꺼슬꺼슬한 머릿결과, 들쑥날쑥한 머리카락 굵기는 천생적인 것으로, 단정하게 일자로 자른 단발에도 여자의 머리칼은 거친 짚단 같기만 하다. 눈썹 아래까지 내려온 앞머리는 어지러이 이마 위에 흩어져 있고, 귀를 덮고 길게 길러진 옆머리는 목언저리를 다 덮었다.
붉은 기가 도는 새하얀 피부. 깨끗하고 작은 흉 하나 없어 바깥활동을 자주 안 한 듯한 모습을 나타내준다.
군살없는 반반한 얼굴형.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선이 곧은 느낌으로, 코와 눈매가 확연하게 튀어나와 있어 강한 인상을 준다. 가로로 길게 찢어진 눈매는 사나운 느낌. 고양이 눈매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쌍꺼풀이 없는, 눈매 아래로 속눈썹이 양옆으로 유난히 길게 자라나있고, 그 위로 눈에 띄지 않는 연한 연갈색 눈화장을 했다. 착 가라앉은 느낌의 회색 눈동자. 흔한 동양인의 눈동자와 달리, 갈색이 전혀 비치지 않은 심연 같은 눈동자다. 입술은 얇은 편, 촉촉하고 건강한 혈기를 띄고 있는 모양새. 그 위로 연분홍색 틴트와 립을 옅게 펴발랐다.
쉬폰 원단인 심플한 회색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쇄골까지 느슨하게 푼 목카라에, 왼쪽 소매는 손까지 길게 내려와 있고, 오른쪽 소매는 팔목까지 가볍게 걷어올렸다. 단추로 겉소매를 감싸고, 왼쪽 팔목에 은색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그 아래에는 새까만 플란넬 팬츠, 검보라색의 단화. 그리고 항상 쓰고 다니는 모자. 어떤 날에는 캡을 쓰기도 했고, 챙 넓은 모자를 쓰기도 했고, 베레모를 쓰기도 했지만 여자의 모자는 항상 칠흑 같이 검은색이었다. 마치 상복같이.





#Personality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권혁웅,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자기중심적1) | 지랄맞은 | 신랄한 | 직설적인 | 고집이 센 | 무정(無情)2) | 아집 | 이기주의
"내 길은 가 개척해."
|
사무적 | 동정보다 침묵을 | 선을 긋는 | 날카로운 | 분별력 있는 | 공과 사가 확실한3) | 본능적인 거리감
"자기 주제 파악을 잘해야된다, 이 말이야."
|
현실적 | 이성적 | 신중 | 냉정함 | 계산된 | 주도적인 | 결단력 있는4) | 과감한 | 자기만족감
"원래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잖아?"
|
외향적인 | 호쾌함 | 숨김없는5) | 대담한 | 사교성 좋은
"그래도, 가끔은 편하게 있어도 되지?"
 
*
 
1.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 불한당
 
2. 혼자 하는 말, 혼자 자는 밤

혼자 있는 것, 혼자 사는 것
그건 내게는 당연한 것
/ 어반자카파, 혼자
 
3. 꽃병 안에는 꽃보다 더 어두운 것이 있지
/ 여성민, 꽃병의 감정
 
4. 그딴 낯선 길 헤매고 있을 내가 아냐
/ JBJ, Say My Name

5. 나를 겁줄 생각이라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여자는 정해진 계획에 맞춰서 생활했다. 그녀의 일상은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으며, 일상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강요였다. 그녀가 지금까지 그로 인해 얻어왔던 것은 좋은 학력, 높은 평가, 주변의 기대와 믿음, 그리고 자기만족감. 그 일정함은 타인의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인의 주장이 먼저였고, 주변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곤 했었다. 그래, 어렸을 때는 그 고집이 더 심했다만 성인인 이제와서는 그나마 나아진 편이라고 한다.
...그래, 강요에 가까운 그 생활습관을 못 받아들인 사람도 있다고는 한다.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처럼, 여자는 따뜻하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싸 안기보다는 밀어내기를,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이성적으로 결정하기를,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말없이 뒤돌아서기를. 신중하고, 성패에 심혈을 기울인다. 저의 신조이자 본능이었다. 모든 결정을 계산하고 행동하기를. 감정과 운은 행동결정에 고려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일순위는 "나". 그 이성적인 생각의 끝은 항상 자기자신의 안위를 향하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던 자기자신이 우선이라는 그 고집,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났는지라 바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고 한다. 그녀의 계산의 끝은 항상 본인을 위한 이득을 향해 있었고, 장애물이 된다 생각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쳐내곤 했다.

"얼음 공주가 따로 없어, 아주~"
스치듯이 내뱉은 동기의 비꼼에 여자는 퉁명스레 째려보곤 했다.
"내가 무슨 얼음 공주긴 공주니?"
어떨 땐 무서워 보인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자에게 자기 외의 사람이란 가벼운 존재일 뿐이다. 그래도, 쿡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우스워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여자는 저는 그래도 꽤 유쾌한 구석이 있다며 항변했다. 누구처럼 먼저 날세워 쳐내지도 않고, 누구처럼 사람을 무서워해 도망가지도 않는데, 이 정도면 꽤 사회적인 거 아닌가? 여자는 '자기사람'에게는 꽤 친절하게 구는 편이었다. 천성과 버릇이 아니지만, 후천적인 습득으로 세워나가고 있는 다정함과,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장난기, 붙임성.

그녀와 말을 섞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외로 유쾌하다.'라는 게 평. 생긴 거나, 행동을 보면 영락없이 철로만 만들어져 있을 것만 같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게 성정인지, 사교성이 좋았다. 여자는 사람을 대할 땐 미소 지어지기도 하고, 호쾌하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자신의 고집에 갇혀 꽁꽁 언 얼음이 아닌,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법을 아는 여자. 본인이 먼저 도발을 하거나 친한 척하는 일은 별로 없어도 사람 손을 많이 탄 까다로운 고양이마냥 인맥이 넓었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놀진 않아도 항상 침착하게 본인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ㄹㄹ

#Others,

정의正義 :: 1.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침묵의 미덕
1. 본명, 류소영. 버들 류柳, 밤 소宵, 그림자 영影. 밤의 그림자.
2. 7월 5일 생.
3. 탄생화 라벤더 - 침묵, 내게 대답하세요.
4. 별자리 게자리

Ayla : 달무리(Halo of light around the moon)
1. 알바로 학원강사를 하거나, 미국 교환학생 등 해외 활동이 잦아 지은 이름... 이라고 말한다.
2. "아일라 류, 라고 불러줄래? 그게 더 편해."
3 본명을 안 쓴 지 워낙 오래되어서, 공적 장소가 아닌 이상 항상 "아일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법학도
1. 서울 인근에 있는 유명한 여대학에 법학대학 기초법학 전공생으로 다니고 있다.
"법과 정의를 통하여 현 시민사회를 이해·분석·비판하는 인재를 배양 시킨다." / 그녀가 속한 학부의 교육목표
2. 현재 학교에 2년 재학, 2년 휴학, 해서 현재는 3학년.
3. 21살에 입학, 4학기를 마치고 2년 휴학했다 재학하여 다니는 중이다.
4. 목표는 변호사라고 한다.

신체사항
1. Rh+A형 남매가 다 같은 혈액형이라나.
2. 선천적 오른손잡이.
3. 키 172cm에, 굽 4cm. 지금으로도 충분히 큰데 굳이 굽을 신어야겠어? 라는 물음에는, 최고에 가깝지 않으면 불쾌해, 라는 대답.
4. 양쪽시력 0.9.
5. 고양잇과인가, 싶을 정도로 밤눈이 매우 밝아 밤길에 남들보다 밝다. 밤눈이 유독 밝은 건 집안 선천적 내력이라고.
6. 운동은 질색. 딱 스트레칭 이상의 체력소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 운동을 안 하니 몸이 약할 법하기도 한데, 정형화된 생활패턴 덕분에 일반인 이상의 체력과 건강 유지 중.

높은 학력
1. 사립 중,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대학까지 들어간, 그야말로 탄탄대로.
-1.1 고등학교 2학년, 연줄을 잡아 전학 간 학교는 물 건너 해외였고,
-1.2 그대로 19살에 해외에서 경영계열로 진학한 대학교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1년만에 때려치고 한국에 있는 대학에 법학전공으로 재입학. 본인 입으로도 그건 변명이었다고 말하지만...
-1.3 4학기 마친 후 가족상으로 인해 2년 휴학, ...
-1.4 "우여곡절 많은 학교 생활이지?"
2. 충만한 자부심
3. 집에서도 충만한 지원을 해주고,
4. 최고의 환경에서 노력이 뒷받침하는데,
5. 내가 최고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
  
말투
1. "그 애, 말투가 참 권위적이야."
2. 툭, 하고 튀어나오는 반말.
3. 절대 지는 법을 모르는, 공격적인 논리.
4. 할 말 없을 때는 혀 차는 버릇.
 
인간관계
1.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혼자 사나 싶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은 지인이 없다.
2. 얇고 넓은 사회관계.
3. 동기와 동료는 많지만, 친구는 없는 여자.
4. "나는 친구 같은 거 안 만들어."

1. 본가는 명문고 학군에 속해있는, 꽤 높은 빌딩숲의 빌딩 중 하나.
2. 현재 가족은 아버지와 15살 아래인 남동생뿐.
- 2년 전에 떠나보낸 3살 아래 남동생.
3. 아버지는 대병원의 병원장, 17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유명한 모델이었다.
4. 대대로 정치계, 법정계에서 일하던 친가와 땅놀음으로 졸부가 수두룩한 외가. 그들이 친척, 사촌 여자아이 하나를 지원해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5. 국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친가와 외가의 지원은 딱 그곳까지였다.
6. 대학 입학 후 본가에서 나와 따로 자취하고 있다. 등록금 제외 모든 생활비는 학원 강사로 일하며 벌어 쓰고 있다.

Likes
1. 깨끗한 환경, 청결한 생활습관, 완벽한 계획.
2. 법전(?)
3. 말 잘 듣는 순진한 어린아이들.
4. 편안한 휴식공간.
5. 로맨스(막장) 드라마
 
Hates
1. 지저분한 환경, 불규칙한 생활습관, 무계획.
2. 말 안 듣는 천방지축들.
3. 뛰는 것, 달리는 것, 여튼 여러모로 몸 쓰는 일.
 
etc.
1. 온몸에서 퍼지는 은은한 라벤더 향.
2. 짜증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담배 한 갑.
3. 비위가 강하다.
4.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공포영화, 고어물, 끔찍한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강심장.
5. 취미는 퍼즐맞추기. 직소퍼즐을 몇십 개나 집에다 수집하고 있었다.





#Relationships
그런 게 있었지.






#Background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정의正義 :: 3.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1. 차별 | 피해자 | 소중한 동생
*
#2. 이기주의 | 가해자 | 정당화
*
#3. 소실 | 허무 | 후회
*
#4.
 

| 가족 구성원 |
부父, 모母, 장녀 류소영, 장남 류자영, 차남 류효영
1.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은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법.
2. 가족은, 또다른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1. 피해자였던, 구원받았던, 기억 속에만 남을 수 있었던, 어린 날의 기억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매서운 사람이었다. 엄격했던 그는 유독 딸에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댔고, 실수하는 날이 있을 때마다 매로 맞거나 종일 광에 감금되어 있었다. 집안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그건 “교정”의 일종이었다. 착하지 못한 아이를 착하게 자라도록 바로잡는 것. 어머니가 그런 딸을 가엾게 여기고 지켜주었지만 셋째 아들을 낳은 뒤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그런 어머니의 입김조차 사라졌다.
 
아버지가 매번 화를 낼 때마다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도 견디기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처벌들,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친척들. 그곳에서, 유일하게 제게 다가와준 것은 제 남동생, 류자영이었다.
“그래, 너밖에 없지. 가 내 구원이지.”
그건 소녀의 말버릇이었다. 동생은 약했고, 착했다. 다정하고 여렸던 제 동생을 오히려 제가 도담여야 했지만 무조건적인 제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아이는 잘못한 거 하나 없는 제 사람이 어째서 억압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누이가 아프지 않도록 늘 그 곁을 지켰다.
 
그 상황이 달라진 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였다. 셋째를 낳고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는 결국 2년 뒤 돌아가셨다. 유언은 자영에게, 유언장은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임종할 때 여느 때처럼 무언가를 잘못해 광에 갇혀있던 소녀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어. ... 어머니에게 병을 안겨준 막내동생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아니, 생각보다 아주 많이 원망스러웠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그 새끼를 밀쳐 넘어트렸는데 ...
소녀가 두 살배기 아이를 넘어트리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 소녀에게 시선이 쏠렸고, 아버지가 다가와, ....
...그날은 이상하게도 별다른 꾸지람 하나 없었다. 그 흔한 불호령 하나 없었고, 장례기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소녀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유언장에 첫째 딸을 잘 부탁한다는 장문의 글이 적혀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아내를 지독하게도 사랑하는 애처가였다. 그 유언을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2. 가해자, 정당방위의, 그저, 엄격한 사람
 
어머니가 죽은 그다음 날부터 이전까지 소녀에게 엄격했던 잣대들은 물 녹듯 싹 사라졌다. 가족들은 친가에서 이사 나왔고, 어머니 없는 네 가족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 그 누구의 간섭도 없는, 폐쇄된 가족생활이.
여자의 막내동생, 류효영. 그녀가 학교에 다니면서 집에 단 둘이 남겨진 자영과 효영은 매우 친해졌다.
너무 친했는지, 자영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효영은 형과 떨어지기 싫다며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날이 많아졌다.
"자영이는 오냐오냐하는 게 너무 많아. 난 저 새끼가 마음에 안 들어. 안된다는 걸 왜 고집부리고 있어?"
소녀가 제 동생을 불러다 타이른 그 날은, 효영이 난리를 피우다 결국 가위로 자영의 가방을 찢어 마구 흠집낸 날이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동생이 그 새끼에게 당할 때마다 묵묵부답인 것이 속상할 다름이었다. 그 애는 오히려 그 녀석을 감쌌고, 점점 둘이 어울리는 게 곱게 보이질 않았다. 그처럼, 류씨네 셋째인 그 아이는 도를 넘는 사고를 칠 때가 많았다.
 
태생적 문제였을까, 아무리 타일러도 바뀌지 않는 아이의 태도를 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저건 사람새끼가 아니라고. 짐승새끼라고.
소녀도 그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하면 이 사회에 머무를 자격이 되지 못한다. 아버지가 매번 말하던 그 주장은 그녀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생각하는 바 그대로였다. 그래서, 사람새끼도 아닌 “그것”을 사회에 걸맞게 “교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차피 모든 집에서 그러는 거 아냐?
 
“어제는 누님이 가죽벨트로 제 동생을 채찍질했어요. 아버지는 골프채로 애를 후려쳐서 걔 어디가 부러진 것 같아요. 사실은, 나도 새벽에 그 애 목을 졸랐던 것 같아요.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 자영의 일기 중 일부
 
사내새끼였던 셋째는 유난히 힘이 셌다. 그녀의 몸에 흉터가 난 날도 있었다. 성인인 아버지조차 그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다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그들만의 일이었다. 집에서 일어난 일을 집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은 가족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셋째인 그 새끼도, 그 규칙만은 당연하게 여겼다.
집 안과 집 밖은 다른 세상이었다. 소녀는 그에 흥미를 느껴, 사회의 규칙을 규정하는 학문에 흥미를 느꼈다.
“교정”은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학폭위요?”
어느날 문득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버지의 목소리. 여느 때처럼 그 새끼가 학교에서 또 사고를 치고 왔겠거니, 싶었다.
“그 집 셋째래, 그 불쌍한 아이를 죽인 게.”
“극악무도한 쓰레기, 살아있어서는 안되는 짐승.”
사람을 죽인 살인자. 작작 좀 하라고 할 때는 말을 죽어도 듣지 않던 새끼가 결국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자살로 내몬 학생이 되어있었다. 아버지는 그 녀석과 관련된 일에 제 가족이 언급되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그녀가 문득 아버지의 책상에서 어떤 서류를 발견한 날이었다. 거창한 단어로 수식되어 있었지만 결국은 인신매매였다. 고아인 아이들을 팔아넘기는. 그래, 그 셋째 새끼도 집에서는 없는 새끼지만 결국 사회에서는 부모가 있는 학생이지.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그 아이와 연을 끊고 판매상에게 넘기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에 간단히 동의했다. 앞뒤 꽉 막힌 아버지와 간만에 뜻이 통했다고 좋아하기도 했다.
보기 싫은 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제 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그것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하니, 마다할 바 없었다.

자영이 제 동생에게 그러지 말라고 울며 매달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21살의 여름이었다.
 

#3. 소실, 의문,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바로잡고 싶은 그 기억
 
고등학교 2학년, 18살이었다. 운 좋게 학연줄을 잡아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집에서도 무한한 지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집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제 상황에 만족했다. 풍족한 지원과, 그에 못지않는 노력, 그로 인한 빛나는 성과. 그것의 그녀의 미국 생활이었다.
“아, 옆집도 한국인이야. 귀엽더라. 이름이...진우혁? 그래, 그런 이름이였지.”
그곳에 누이를 걱정한 자영이 홀로 찾아온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어린 학생이라는 신분에도 찾아와줘서 기뻤고, 그만큼 동생을 사랑했기에 차라리 같이 살자고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 항상 거절이었다.
그래도, 유독 옆집의 그 아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그걸 빌미로 자주 오라고 했었지.
 
20살 겨울, 대학을 입학하고 무사히 1년 반을 보냈을 때였다. 간만에 한국에서 온 연락은 악보惡였다.
"애가 없어졌어. 어디갔는지 너는 아니?"
아버지가 몇 달 만에 딸을 만나 처음으로 내뱉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실종. 여리고 착해 한 번도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적 없었던 제 착한 동생은, 학교조차 나가지 않던 채 어느날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떨어져 있는 동안 마음도 멀어졌던 걸까? 하나밖에 없는, 제 동생을 찾기 위해 그녀는 학교를 관두고 한국에 정착했다.
 
"대체 어디간거야?"
그렇게 동생을 보지 못한지 2년,
악보 다음에는 비보였다. 한국에서 실종되었다고 했던 동생은, 미국에서 제가 살던 집 근처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진우혁과 함께, 차갑게 식은 채로.
 
#

모든 게 망가졌는데, 왜 아무것도 무너져내리지 않아? 왜 다 무너져내렸는데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지? 왜 끝장이 났는데,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 거냐고? 분명히 뭔가 잘못된 거야.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거라고.
- 김사과, 천국에서
 
구원은 더 이상 없었다.
15년 전과 똑같았다. 유언은 아마도 진우혁, 그 아이에게, 유언장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편지는 ...아직 살아있을 줄은 몰랐던 셋째 새끼에게.
또다시 제게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지. 겨우 치워버렸나 싶은 자식은 알고보니 장남이 2년간 데리고 있었고, 그마저도 지쳐서 자살하면서 이제 그 애를 자기 대신 돌봐달라는 식의 유언장이라니.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을 지독하게도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 유언을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아일라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는 사라졌나 싶어서 마음 놓고 더는 떠올리지 않던 새끼는 돌아왔고, 이 집의 장남이라는 이유로 자영의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이제와서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얌전히 아버지 말을 들어도 그 새끼는 류자영이 아닌데. 오히려, 제가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부류 중 하나인데.
"집"이라는 장소에 머무를 이유도 없어 여자는 떠났다.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가족과 연을 끊고, 한국에서 쓰던 이름을 버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다녔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제 동생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이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 애를 언제 붙잡았어야 했던 거지? 그 애가, 처음부터 제 곁을 떠나지 않도록, 내가 멀리 가버리지 않았어야 했는데...

유일한 구원은 유일한 후회였다.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상황은 변한 게 없었고, 지긋지긋한 사내새끼 둘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25살의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4. -
자영은 제 동생이 무서웠다. 그건 무서운 집착이었고, 학대에서 구해주지 못한 제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제 누이는 더더욱. 죄인이었던 소년은 어머니가 유언을 남기기 전까지 침묵한 대가로 평생 입을 다물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와 누님의 말을 여겼어. 죽이지만 말고, 죽는 것보다도 고통스럽게 해주렴.
소년은 밝게 웃는 우혁에게 답이 없는 질문을 했다.
형, 아니면 같이 죽을래?
우혁은 그리 말했다.
아마 자영의 안중에는 죄책감 외에는 제 남매에 대한 관심은 없었던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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